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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의 간달프와 백색의 사루만의 가치관
영화 '반지의 제왕'은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2편의 '두 개의 탑'에 나오는 마법사 간달프와 사루만의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1편에선 두 마법사는 서로 친구이자, 정신적 지주로서 서로 공생하는 관계로서 비친다. 개인적으로 간달프는 정신적인 힘을 추구하는 반면, 사루만은 오로지 물질적인 힘만을 추구하는 존재로서 그려진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암흑의 군주 '사우론'의 절대반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1편에서 빌보가 반지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간달프는 불안감을 느끼는 동시에 경고를 하는 반면, 사루만의 경우는 오히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를 비추고 있다. 오히려 사루만은 반지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간달프를 힘으로 제압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한다. 이에 반해 간달프의 경우에는 영화 마지막까지 반지를 경계하고, 타인들에게 반지의 위험성에 대해 수도 없이 강조한다. 영화 속의 간달프는 여러 종족들에게 자주적 독립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책임지는 과정에서 포기하려 할 때마다 격려하며, 스스로 헤쳐나가도록 도와준다. 막연히 간달프, 본인이 나서서 반지를 파괴하려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과거 사우론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뒤, 반지를 파괴하지 않고, 탐하다가 결국 멸망직전에 이르게 된 곤도르 왕국의 후손 아라곤이 죄책감에 시달리며, 방랑자의 삶을 살아갈 때마다 과거를 청산하고 왕위에 올라 새로운 시대를 만들 것을 격려하는 장면들이 그 예시이다. 사루만의 경우에는 절대반지를 자신이 차지하여 중간계를 지배하겠다는 야욕을 보일 정도로 힘만 추구할 정도로 미치광이가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힘 밖에 없다는 방식이 주를 이루는데, 영화 '호빗'에서도 이를 암시하는 장면이 있다. 강령술사의 존재를 파악하게 되자, 그 존재를 타개할 생각보다는 오히려 강령술사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간달프는 호빗에서 갈라드리엘의 질문에 대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왜 많고 많은 종족 중에서 호빗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호빗의 일상이 사람들을 변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라는 대목에서 그의 힘에 대한 가치관이 자세히 나온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 나오는 다양한 종족들에 대해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종족들은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크게 인간, 요정, 난쟁이, 호빗, 오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영화의 제목이 반지의 제왕인 만큼 이 들에게는 각 우두머리들에게 반지들이 전해내려온다. 암흑군주 '사우론'은 모든 종족을 지배하기 위한 힘의 반지(절대 반지)를 제작하여, 이들을 복속시키려고 한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격인 종족인 인간은 무한한 권력과 영생을 추구하기 위해 사우론의 꾐에 넘어가 타락하여 자신들의 왕국을 멸망에 이르게 하는 장본인들이 된다. 요정들은 모든 종족들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존재로 비치며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난쟁이들은 금은보화를 우선시하며, 완강하며, 본인의 종족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오크들은 사우론의 수족이자 자신들 외의 모든 종족들을 경멸하는 등의 난쟁이 종족의 타락한 버전이라는 느낌을 준다. 호빗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욕심 없는 농부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반지의 유혹에서 유독 자유로운 존재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반지를 수십 년 동안 보관하고 있던 빌보나 한때 호빗이었던 골룸을 보면 자유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으나, 결국엔 반지를 프로도에게 넘기는 장면만 본다면 조금은 납득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반지의 유혹을 뿌리친 호빗은 빌보와 샘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프로도의 경우, 마지막 운명의 산에서 골룸과 반지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한 장면에서 반지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고 느껴진다. 호빗들이 유혹을 뿌리치게 된 이유는 반지에 대한 소유욕 보다 식탐을 더 추구하다 보니 나름 자유로웠다고 보인다. 추가로 난쟁이들도 반지의 유혹보다 금은보화에 환장하는 종족의 특성이 한 목 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와르그(늑대) 종족도 있으나, 영화상에서는 거의 오크들의 이동 수단으로 전락해서 인간들이 말을 이용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골룸의 운명에 대해
'반지의 제왕' 에서 나름 비중 있는 캐릭터인 골룸은 한때 빌보와 프로도처럼 '강의 종족' 호빗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호빗들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간에 반지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으나, 골룸만은 마지막까지 반지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1편에서 나오는 모리아 탈출에서부터 2편에서 프로도와 샘의 안내인 역할을 자처하며, 3편의 운명의 산에서 용암에 빠져 죽을 때 까지도 반지를 소유하면서 굉장한 안도감을 짓는 장면을 통해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프로도의 반지운반자 역할을 마치게 만든 일등 공신은 당연히 샘이라고 생각하지만, 골룸 또한 좋지 않은 면에서 임무 완수의 공신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알다시피 운명의 산의 용암 앞에서 반지를 두고 마지막 투쟁을 벌이지 않았더라면 아마 프로도는 반지의 유혹에 굴복하여, 중간계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골룸은 반지에 대한 집착과 동시에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영화 호빗에서 빌보가 골룸과의 수수께끼를 통해 반지를 획득하게 되며, 반지의 제왕의 이야기가 진행될 때까지 끝없는 추격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납득이 간다. 개인적으로 의문이 드는 것이 사우론은 이런 골룸을 어떻게 생각할지가 참으로 궁금했다. 반지는 '사우론' 그 자체를 형상화시킨 물건으로 보는데, 정작 골룸의 행실만 본다면 골룸이 반지의 진정한 주인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사우론의 입장이라면 오랫동안 반지를 몰래 잘 간직한 골룸이 생명의 은인일지 아니면 자신이 부활하기 위해 반지를 찾는데 애를 먹게 한 골칫덩어리로 취급할지 참으로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절대반지를 찾아 온 세상을 누비며 끝에 가서는 반지와 함께 생을 마감하는 골룸의 운명을 보자니 참으로 가엾다는 생각과 진정한 반지원정대는 골룸이라고 생각한다.